점심 먹고 식곤증이 몰려올 때, 혹은 일하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잠깐 찾는 나만의 쉼터가 있다면 어떨까? 알록달록 물든 단풍을 만끽하려 유명한 산책로나 북적대는 공원을 물색하기 보다는, 작고 소박하지만 나홀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동네 숨은 쉼터, 산책길을 찾아보자.
‣ 걷다보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길, 허밍웨이길
서초구(구청장 조은희)는 빌딩숲이 즐비한 도시지만 웰빙을 추구하는 건강도시를 모토로 하는 만큼 주민들의 건강을 생활 속에서 챙길 수 있는 걷기 좋은 산책로가 곳곳에 정비돼있다. 철제 담장과 무성한 잡초로 지나다니는 보행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반포천 길은 2009년 “반포천 제방길 Redesign Project"에 따라 친환경 소재 울타리와 각종 꽃과 나무를 심는 등 정비해 걷다보면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허밍웨이길“로 재탄생했다.
반포천 제방길 동작역에서 이수사거리까지 약 500m거리인 허밍웨이길은 유모차를 끌고 나오기도 좋아 주변 아기엄마들의 단골 산책로로도 유명하다. 김효정(35, 반포동)씨는 “눕히기만 하면 울어대는 100일된 딸을 달래는 방법으로 유모차에 태워서 허밍웨이길을 걷는 것 만한 특효약이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반포아파트 숲과 한강시민공원에 인접한 허밍웨이길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직장인 정석원(40, 성남시)씨는 “아침마다 만원버스에 치여 피곤하고 짜증이 나다가도 이 산책로를 따라 회사까지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진다”며 “좀 돌아가도 일부러 이 산책로를 이용해 출퇴근 한다”며 웃었다.
‣ 도심속 작은 유럽 공원에 온 기분을 느끼다, 몽마르뜨 공원
텁텁한 매연과 소음, 번잡한 인파 때문에 걸으면서 힐링한다는 것은 꿈도 못꾸는 강남 한복판이지만 그 옆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유럽 공원을 옮겨놓은 듯 너른 잔디밭과 산책로가 펼쳐진다.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모여살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인 몽마르뜨 공원은 그 이름처럼 주말이면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 부부와 자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켠에는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운동기구들이 놓여있고 구청에서 관리하는 깔끔한 화장실은 아이들과 놀러오는 부모들도 안심하고 이용할 만큼 관리가 잘 돼있다. 프랑스인이지만 한국인 남편을 만나 서래마을에 이사온 000씨는 “처음 이사 와서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다.
층간소음 때문에 집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야단만 치는데 한창 뛰어다니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장소를 찾아서 주말에는 거의 여기에 나와 논다”고 말했다. 특히 몽마르뜨 공원은 매년 6월이면 1만여 명이 함께하는 젊음의 축제, ‘한불음악축제’가 펼쳐지는 공연장으로도 알려져 있다.